동양 고전 중 '도덕경'으로 유명한 노자 철학은 오랫동안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서구인들 중에는 이런 모호성을 거드름 피우거나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모호함이 철학에 있어서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모호한 관념이나 개념은 반드시 사람들에게 부가적인 설명을 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노자 철학과 형이상학
노자 철학은 환경, 생태계, 생명 등에 대해 말하면서 종종 '형이상학적 과장'을 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형이상학이란 말 그대로 '물리적 실재를 넘어선 영역'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을 뜻합니다.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사유로 현실 세계를 벗어나는 것이지요.
물론 이런 형이상학적 탐구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자 철학의 가치와 의의는 바로 이 형이상학에서 나옵니다.
철학은 본래 사변적
지금까지 노자 철학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성과 관념적인 특징은 오히려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사물의 현상이나 인간의 행위, 생각 등을 일반화하고 원인을 규정하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현상보다는 삶과 존재 전체를 바라보는 거죠.
이미 잘 알려져 있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이나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도 모두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형이상학적 사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형이상학적 탐구 없이는 철학 자체가 존재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론과 실천의 연결
노자 철학이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과 실천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겁니다. 이론 없이 실천만 있다면 그것은 맹목적일 수밖에 없어요. 노자 철학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 등이 오늘날 우리 삶에 적용될 수 있는 것도 그 이론적 바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론 윤리학과 응용 윤리학이 모두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론 없이 응용만 있을 순 없는 것이죠.
실학과 주자학의 오해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주자학을 비판한 핵심은 주자학의 '형이상학적 사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모호하기만 하고 현실에서는 쓸모가 없다는 비판이었죠. 하지만 철학적 탐구는 본래 관념적이고 모호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쓸모없는' 사유일 수밖에 없어요.
만약 누군가가 현실적인 문제 해결만을 원한다면 차라리 정치인이나 기술자가 되는 게 나았을 겁니다. 정치와 관련된 철학은 현실 문제와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철학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가 바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노자 사상 이해를 위한 해명의 필요성
노자가 말한 '도(道)'의 개념이나 '무위자연' 등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러한 용어와 개념이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이해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이해가 먼저 수반되면 비로소 노자가 전한 철학적 메시지와 그 주장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비판을 해야 하겠지요.
결론
이렇게 우리가 모호한 형이상학적 개념을 해체하고 그 본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은 철학적 사유에 있어 중요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자 철학의 핵심을 이해하고 오늘날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